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멜랑콜리아>이다. <멜랑콜리아>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로, 2012년에 개봉했다. 대학교 수업에서 이 영화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수업 주제가 종말론적 세계관에 관한 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모든 것의 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멜랑콜리아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분위기도 그렇고, 그 단어를 지구와 충돌하는 행성 이름으로 썼다는 것이, 왠지 메타포적으로 다가왔달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뚜렷한 것 같은 영화였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라스 폰 트리에
멜랑콜리와 종말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멜랑콜리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봐야겠다.
1. 명사/ 심리/ 우울 또는 비관주의에 해당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비롯된 이 감정은 이후 정신 의학 분야에서 다루어진다.
이 영화에는 서로 상이한 포지션에 위치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나는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이고, 다른 하나는 저스틴의 언니인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다. 영화는 크게 이 두 명의 이름으로 장이 나누어진다. 초반의 저스틴 장에서 멜랑콜리를 표상하는 듯한 인물은 바로 저스틴이다. 저스틴은 자신의 결혼식에서 애써 행복한 척해보지만, 결국엔 자신의 우울증적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결혼식을 망쳐버린다. 아직 멜랑콜리아 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지 않은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그녀의 우울증적 감정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병적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병적이라는 말 안에는 암묵적으로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떼어놓게 하는 색안경적 편견이 자리 잡지 않을 수 없다. 그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는 클레어마저도 그녀에게, 가끔은 네가 정말 밉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정말로 그녀의 그러한 성격이 병적인 것이고, 남들과는 다른 것이고, 잘못된 것인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 그녀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 무엇이 그것을 병으로 진단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을 내린단 말인가. 우리는 그런 것들에 대해 가끔씩 우리도 자각하고 있지 못하는 새에 편협한 사고 속에 갇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을 그런 편협한 사고 속에 가두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종말이 도래하지 않을 거란 믿음 속의 세계다.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거란 그런 맹목적인 믿음에만 갇힌 나머지, 어리석고 편협한 잣대로 저스틴을 자신들의 세계에서 떼어놓는다. 그리고 저스틴의 우울은 말 그대로 우울한 것으로서만 그들의 눈에 비치게 된다.
우울의 주객전도
그러한 입장의 변화는 영화가 클레어 장으로 넘어가면서 일어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앞의 저스틴이 놓였던 위치에 클레어가 놓이게 되면서, 오히려 평온하고 차분한 것은 저스틴이며, 불안에 떨며 우울해 하는 것은 클레어로 대표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거란 무조건적인 믿음에 갇혔었던 그들은 마침내 종말론적 세계가 실제로 그들 앞에 들이닥치자 엄청난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반면 저스틴은 마치, 멜랑콜리아 행성이 도래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고대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모든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여기서 주객의 전도가 일어나게 된다. 앞에서 저스틴을 병이 있는 사람으로 대했던 클레어와 다른 사람들은, 이번에는 그들이 그 병의 주인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저스틴은 평범한 사람(?)이 되어 그들의 우울증적 감정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마침내 종말의 순간이 다가오고, 거기서 클레어는 저스틴을 따라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결국 모든 것의 끝엔 누가 정상이고, 누가 병적이고 하는 것 따위의 분법적인 사고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법이니까.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은 모든 게 끝나는 것이니까. 유리병 속에 콩이 몇 개 들어 있었는지 맞췄던 저스틴이 우주에 생물은 인간들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 생물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생물조차 없어지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멜랑콜리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상, 영화 <멜랑콜리아>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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