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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대해

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1986년에 제작되고 2004년에 개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대부분(?)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 교훈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아마도 더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라퓨타라는 판타지

파즈(타나카 마유미 목소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라퓨타라는 성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라퓨타는 하늘에 떠다닌다고 하는 전설 속의 성 이름이다. 그리고 그는 시타(요코자와 케이코)를 만나게 되면서 그것이 실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타는 과거 라퓨타 일족의 후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감독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을 모티프로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영상적인 영역으로 완성시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왜 감독은 하필 하늘을 나는 섬을 모티프로 삼았을까. 우리에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다. 하늘에 존재하는 무엇, 바닷속에 존재하는 무엇, 지하 속에 존재하는 무엇과 같은 것들. 그것들은 본래 지상의 영역에만 머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적인 상상력들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힘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상상력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비행기를 만들고, 배를 만들고, 잠수함을 만들고, 지하철 같은 것들을 만들어냈다. 하늘을 나는 성이 있다는 상상은 그 어떤 상상보다도 환상적인 만족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다만 그것만이 라퓨타가 이 작품에서 상징하는 바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내가 보기엔, 라퓨타는 하늘에 있는 것이고, 인간의 터전은 땅에 있는 것이니, 이 둘 사이에는 수직적인 관계가 성립한다고 본다. 마치 라퓨타가 신의 영역인 것처럼 말이다. 라퓨타의 힘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무스카(테라다 미노리)도 그 힘을,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에 내려진 번개에 비유하지 않는가. 하지만 역시, 그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가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에게 달렸다. 그것이 감독이 담고 싶었던 라퓨타의 진짜 상징이 아니었을까.

 

 

 

멸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라퓨타의 힘이 무스카에게 넘어가려 하기 직전, 시타와 파즈는 비행석을 맞잡은 손 안에 쥐고 멸망의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갑자기 그들이 있던 라퓨타의 심층부가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그것은 곧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타와 파즈는 라퓨타의 뿌리 덕분에 떨어지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렇다. 라퓨타의 첨단화(?)된 세계는 무너져 내렸지만, 본래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던 세계만큼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성경에도 그와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는가? 신이 인간에게 벌을 주었지만, 그것은 완전한 멸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사라지면, 거기서부터 다시 싹을 틔우면 되듯, 지금까지 이뤄냈던 첨단화된 세계는 사라졌지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라퓨타의 상부에 보이는 저 나무숲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뿌리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땅에 내리는 것이므로, 인간은 그곳에서 다시 희망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시타와 파즈가 외웠던 멸망의 주문은 결국, 멸망이 아닌 인류의 새로운 시작과 희망에 대한 주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상, <천공의 성 라퓨타>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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