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 <분노>에 대해

오늘 리뷰할 작품은 바로 영화 <분노>이다. <분노>는 재일교포인 이상일 감독의 영화로,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완성도면에서도 매우 뛰어났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감독: 이상일

 

 

믿음과 불신

 

 

이 영화는 믿음과 불신,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분노란 감정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각기 다른 세 지역(치바 항구, 신주쿠, 오키나와)의 스토리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이 세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로 관통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살인사건이다.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잡히지 않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꿔 도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세 지역에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인물이 나타나게 되는데, 문제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용의자의 특징과 이들 세 사람의 특징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세 명중 진짜 용의자를 찾는 추리물 같겠지만, 결코 이 영화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다. 그 세 지역에서 이 인물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그들을 용의자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아니라고 믿느냐에 더 초점을 두었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믿음과 불신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할 때, 우리는 잔혹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나에게 A라는 친구가 있고, 나는 이 친구를 세상 그 누구보다 믿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이 친구를 끝까지 믿을까 그렇지 않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 같은 것들이 얼마나 확률적으로 높으냐 낮으냐가 아니다. 그런 수치 따위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결과는 처음부터 그 친구를 대하는 나의 진심에 달렸으니까. 여기서 나는 그 친구를 의심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믿는다고 자부했던 그 친구를. 그게 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진심에 다름 아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나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 친구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친구는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밝혀진다. 그때 내가 느끼게 되는 죄책감들은 어떠한 형태로 찾아오게 될까. 분노다. 나는 얕디 얕은 나의 믿음에 분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과정들을 담아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믿음에 대한 배신, 그리고 분노

 

 

이 영화의 재미난 점은 그 반대의 케이스도 넣어놨다는 것이다.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를 의심하고,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나오토(아야노 고)를 의심한다. 결과적으로 아이코와 유마의 분노는 자신들에게로 향한다. 이와는 반대로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는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끝까지 믿는다. 하지만 그의 믿음은 타나카에게 배신당하고 만다. 이때 타츠야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타나카에게 향한 것이다. 아니, 그를 너무 맹신했던 자신의 어리석은 믿음에 대한 분노라고 해야 맞는 말일까. 어찌 됐든, 이렇게 영화는 믿음이라는 소재의 양극적인 지점에 놓인 분노들을 모두 보여준다. 그리고 '분노'라는 말 자체로 표상이 되는 타나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광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이상 영화 <분노>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곡성>에 대해  (0) 2020.02.19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 대해  (0) 2020.02.18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대해  (0) 2020.02.16
영화 <파수꾼>에 대해  (0) 2020.02.15
영화 <샤이닝>에 대해  (0) 202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