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파수꾼>에 대해 리뷰를 해볼까 한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배우 이제훈 씨가 연기했던 기태 역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기억이 있다. 무언가 10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 같은 것들을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인상적이게 봤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겠다.
감독: 윤성현
10대들의 세계
어른들에게 그들의 세계가 존재하듯이 10대들에게도 그들의 세계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필연적으로 약자와 강자가 나뉘게 된다. 기태(이제훈)는 그런 10대들 사이에서 분명 강자의 입장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강자의 자리에 그토록 집착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지독한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같은 또래 아이들 속에서 강자의 자리에 있는 그이지만, 결국엔 그도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약한 청소년에 불과할 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는 가족에게서 메우지 못한 공허한 마음을 자신이 속한 또래들과의 사회 속에서 메우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겐 힘이 필요한 것이고, 그 힘은 허울뿐인 우정으로 그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기태가 바랐던 우정
기태가 바랐던 것은 친구와의 진정한 우정이었겠지만, 그의 나약한 외로움이 끌어들인 힘이라는 수단은 점차 그와 친구들의 관계를 망쳐버린다. 희준(박정민)이 기태의 가정사와 관련해서 그가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건드리자, 그동안 그들 사이를 보호해준다고 믿었던 기태의 힘은 순식간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희준을 적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태는 그것을 다른 친구들을 향해 똑똑히 봐 두라는 듯이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끝내는 희준이 기태에게, 그가 결국은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사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기태이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할수록 힘이라는 올가미가 폭력이라는 늪으로 그를 잡아챌 것이다. 그리고 그 늪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미 모든 것들은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약함의 인정, 그리고 죽음
마지막까지 기태가 놓지 않으려 했던 동윤(서준영)조차도 그를 떠나버리고 나자, 기태는 더 이상 자신의 나약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일까. 왜냐하면 그의 곁엔 그가 그토록 바라 왔던 마음을 나눌 대상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대상이 없어지는 순간 힘은 자신의 허영을 드러내고 이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남는 것은 어느 10대 소년의 나약한 초상뿐이다. 거기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죽음 말고 무엇이 있었을까. 만약 처음부터 그가 힘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친구들을 대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기태 안에 부끄러움으로 자리 잡고 있던 나약함이라는 단어도 그 의미를 잃고 사라지지는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상 영화 <파수꾼>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분노>에 대해 (0) | 2020.02.17 |
---|---|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대해 (0) | 2020.02.16 |
영화 <샤이닝>에 대해 (0) | 2020.02.14 |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에 대해 (0) | 2020.02.13 |
영화 <조커>에 대해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