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해

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2007년에 개봉했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시간 리프라는 SF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시간 리프라는 자칫하면 딱딱해질 수도 있는 소재를 사람들이 익숙해하는 로맨스적인 장르와 잘 조합을 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과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서론은 이쯤 하도록 하고 본격적으로 작품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호소다 마모루

 

바꿀 수 있는 것

콘노 마코토(나카 리이사 목소리)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타임 리프라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능력으로 과거로 돌아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시간 제약 없이 마음껏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작은 사건 사고(?)들을 사전에 방지한다. 타임리프와 관련해서 상담을 하러 찾아갔을 때 그녀의 이모는 마코토에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얘기한다. 시간은 그대로 흘러갈 뿐이며, 되돌아간 것은 마코토 본인 뿐이라고. 여기서 이 영화는 아주 중요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에게 만약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그곳에는 과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건이 정말로 존재할까라는 것이다. 마코토는 과거로 돌아가서 원래대로라면 자신에게 닥쳤어야 했을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고에서 벗어난 것은 그녀뿐이지 그 커다란 사건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그녀가 당했어야 했던 사고를 다른 사람이 대신 당하기도 하고,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불행이었어야 할 것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 되기도 한다. 왜 우리는 그 일들을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하나의 긴 띠처럼, 서로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명을 가진 대상들이라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살아내고 있다. 이것은 아주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빅뱅처럼 팽창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하나의 사건을 바꾸고자 한다면, 아주 근본적인 지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코토 혼자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결코 커다란 줄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은 좌절해야만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녀가 속한 시간 안에서도 분명 바꿀 수 있는 변화는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가끔씩 커다란 물꼬를 트기도 한다.

 

 

미래를 향해

마코토는 마미야 치아키(이시다 타쿠야 목소리)가 시간을 되돌린 덕분에 이미 써버린, 자신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타임리프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마침내 이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으로 되돌리는데 사용한다. 그녀가 처음 능력을 얻게 되는 지점으로.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치아키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미래에서 그와 그녀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그리고 그녀는 치아키에게, 그의 원래 목적이었던 미래로 다시 돌아가라 말한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왔기 때문에 치아키에게도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던 것이다. 치아키는 마지막으로 마코토를 감싸 안으며 미래에서 기다리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 말은 그들의 이별을 결코 슬프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먼 훗날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그렇기에 마코토의 시간은 그곳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 얼마나 놀랍고 낭만적인 얘기인가. 불확실하기만 한 미래에 마치 하나의 빛처럼, 변색되지 않는 굳은 약속을 마음속에 지니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끝으로 이 말을 하면서 마치도록 하겠다. Time waits for no one. 이상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한 짧은 리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