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달콤한 인생>이다. <달콤한 인생>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2005년에 개봉했다. 한국 누아르 영화 중에 많이 언급되는 작품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이병헌의 연기는 역시 보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 같다. 특히나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이병헌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너무 잘 나타낸 것 같아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김지운
진짜 이유
영화에서 선우(이병헌)는 조직의 보스인 강사장(김영철) 밑에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처럼 일한다. 덕분에 그는 강 사장에게 두터운 신뢰를 쌓았고, 강 사장은 그런 선우에게 어느 날 한 가지 지시 아닌 지시를 내린다. 그것은 자신의 젊은 애인인 희수(신민아)와 관계된 일.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다며 강 사장은 선우에게 그녀를 감시할 것과, 만약 남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처리를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선우는 희수와 다른 남자가 같이 있는 현장을 덮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강 사장에게 보고를 하려고 하지만, 왜인지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강 사장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사장은 선우가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직의 룰에 따라 그를 처단하기로 결정한다. 거기서 그는 일말의 동정심으로 선우에게 묻는다. 왜 자신에게 그 사실을 숨겼는지. 선우는 고민 끝에 얘길 하지만, 강 사장은 그가 진짜 이유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하는 수 없이 그를 처단하라고 지시한다. 왜 선우는 강 사장에게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았을까. 사실, 강 사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유도 맞긴 맞다. 그것이 결코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그의 선택에는 내재해 있다. 선우가 희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은 희수에게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선우가 어떻게든 강 사장에게 보고를 했더라면, 희수의 다른 남자는 분명 제거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희수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받게 되어 있다. 선우는 그것을 막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희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야지 정말 맞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희수는 이미 상처를 받았고, 그를 원망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거기서 선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선택에는 자신의 이기심이 들어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정말로 그녀에게 상처주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현장을 눈 감아 주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그렇게 할 수 없다.
달콤하기에 슬픈
마침내 자신을 내친 조직에게 복수를 다 끝마치고 나서, 선우는 꺼져가는 생명 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것은 다름아닌 희수다. 그리고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휴대폰 너머로는 희수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들려올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에서 목소리는 달콤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느 한 제자가 달콤한 꿈을 꾸었는데 깨어나서 울고 있었다. 스승이 다가와 나쁜 꿈을 꾸었느냐고 묻자, 제자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우느냐고 스승이 다시 묻자, 남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라고. 선우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희수를 만나면서, 그도 잠시었지만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경험하진 않았을까. 그리고 결국 그녀와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의 마음이 더욱 애절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룰 수 없는 무엇이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할 때,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슬픔이 자리 잡게 된다. 이상 영화 <달콤한 인생>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대해 (0) | 2020.03.02 |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해 (0) | 2020.03.01 |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 대해 (0) | 2020.02.28 |
영화 <오버 더 펜스>에 대해 (0) | 2020.02.27 |
영화 <죄 많은 소녀>에 대해 (0) | 2020.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