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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대해

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비포 선라이즈>이다. 이 영화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로, 1996년에 개봉을 했고, 2016년에 재개봉을 했다. 특히나 이 영화는 비포 시리즈의 그 첫 번째로, 그다음으로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이 개봉을 했다. 이 세 영화들은 모두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연기하는 배우들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대학교 교양 수업 때 처음 보았는데, 솔직히 그때는 별 감흥 없이 봤다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됐을 때, 그제야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여러 번 볼수록, 또 나이를 먹으면서 볼수록 더 새롭게 다가오는 그런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사랑에 주어진 시간

서로 목적지가 다른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기차 안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제시는 첫눈에 셀린느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것은 셀린느도 마찬가지다. 제시는 그녀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그녀에게 자신이 내리는 비엔나에서 같이 내리자고 제안한다. 셀린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비엔나에 내린다. 그리고 그 도시를 같이 돌아다닌다. 그들은 도시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이 특별할 것 없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일 테다.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불과 몇 초면 됐고, 그 호감이 사랑이란 확신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이들에겐 몇 마디면 충분했다.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우리들은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야지 나중에 사랑할지 안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에겐 그럴만한 시간도, 또 그럴만한 의구심도 없다. 그런 것들을 놓고 실랑이를 벌일 시간에, 이들은 일단 사랑에 빠져보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무모한(?) 선택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옳았다. 그들은 그 어떤 연인들보다 깊은 사랑에 빠진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벌써 그들의 진심을 말하고 있지 않나.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그 하루에 그들은 평생 동안 사랑할 에너지들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 꼭 그 하루가 아니더라도, 인생 자체가 짧은 것이니까 항상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도 그들처럼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낭만을 품어보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서서히 해가 떠오고, 그들에게도 작별의 시간은 찾아온다. 그 영원할 것만 같던 꿈같은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자, 두 사람은 숨겼던 진심을 털어놓는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리고 그들은 헤어진 그 장소에서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면 그 하룻동안의 사랑을 끝으로 영원히 추억 속에만 간직하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게 되겠지만(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다면 <비포 선셋>을 보기를) 어찌 됐든,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경험했던 그 하루는, 이미 그것 자체로 끝나지 않는 영원성과 우주성을 이루었다는 것일 테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일 테니. 거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영화는 전날 두 사람이 갔었던 공간을 비춘다. 그곳에 그들의 모습이 아직 선명히 남아있다는 듯.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로 길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하루처럼 짧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결국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그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모두가 영화 속 저들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길 바라본다. 이상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