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죄 많은 소녀>이다.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의 영화로 2018년에 개봉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여빈이라는 배우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 배우가 주연을 한 영화라고 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어찌 됐든 모두 각설하고, 이 영화에서 전여빈의 연기는 정말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경민 엄마 역할을 맡았던 서영화 님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대립된 긴장감 같은 것들이 영화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공감할 것 같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감독: 김의석
친구의 실종, 그리고 비난이 향하는 곳
영화는 경민(전소니)이라는 학생이 실종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실종된 아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사람은 영희(전여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너무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경민의 실종에 영희를 연관시킨다. 그녀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영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사라진 경민에게 깊은 증오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 경민의 실종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민의 엄마(서영화)다. 그녀는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영희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집착(?)한다. 그것은 얼핏 모성애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경민의 엄마가 놓여 있었어야 했던 위치는 영희의 위치였을 지도 모르니까. 모든 비난과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자리. 그녀는 자신이 그 자리에 놓이지 않은 것에 안도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엄마로서의 자리를 영희라는 아이에게 빼앗겼다는 박탈감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되었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영희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우리 옆의 누군가가 여느 때처럼 존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게 되면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혼란은 시간에 경과됨에 따라 점차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진흙탕 싸움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거기서 우리는 인간의 추한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쩌면 비난이 향해야 하는 곳은 그들 모두일지도 모른다. 십자가를 등에 짊어진 예수처럼,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죄를 떠안길 수 있는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질투, 그리고 또 다른 죄의 전가
영희는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죽은 경민을 애도하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 죽은 그녀에게 질투를 느꼈을 것이다. 자신은 모든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었고, 죽은 경민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 화장실로 들어가 락스로 자살기도를 한다. 경민의 엄마는 또 그에 대한 반격이라도 하듯, 죽은 경민의 보험금(보험금이 맞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으로 영희를 살려낸다. 영희는 죽지 못했지만, 이내 다시 자신의 죽음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을 비난했던 이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자신이 죽음을 완성시키려고 왔다고 수화로 선포하듯이 말한다.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 이들은 그저 형식적인 박수만 칠 뿐이다. 그리고 영희는 마침내 경민의 엄마에게도 말한다. 내일 자신이 죽으면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어볼 거다. 그 이유나 잘 말해 달라고. 이때는 수화가 아닌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힘겹게 쥐어짜내며 얘기한다. 경민의 엄마가 그 메시지를 다른 이들처럼 못 알아들으면 안 되니까. 이때 영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죄와 비난의 짐들은 경민의 엄마에게로 옮겨가게 된다. 그리고 경민의 엄마는 음식을 먹던 나이프로 자신의 가슴을 마구 찍어댄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죄를 전가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이상 <죄 많은 소녀>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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