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해바라기>이다. <해바라기>는 강석범 감독의 영화로 2006년에 개봉했다. 학창 시절에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볼 때마다 매번 너무 슬퍼서 펑펑 울며 봤던 영화.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태식(김래원)이가 희주(허이재)의 부탁으로 늦은 저녁, 가족사진을 찾으러 사진관에 가는 장면이다. 닫힌 사진관 앞에서 서성이다가 우연히 쇼윈도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면서 우는 장면은 정말 몇 번을 봐도 너무 슬펐던 것 같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다들 어느 장면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감독: 강석범
용서 그리고 가족
태식(김래원)은 과거 동네에서 일명 '미친 개'로 악명을 떨쳤던 양아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덕자(김해숙)의 아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아이처럼 서럽게 울면서 덕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덕자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그를, 처음엔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점차 그가 여린 심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그를 양아들로 삼기로 한다. 시간은 흘러, 태식은 가석방이 돼서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덕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굳게 다짐한다. 그의 희망 노트에는 세 가지의 다짐이 적혀 있다.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울지 않는다. 이 세 가지의 다짐은 그를 완전히 변화시킨다. 태식은 덕자에게 어떻게 보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인이다. 그러나 덕자는 그를 용서한다. 그저 단순한 용서가 아니라, 친자식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거둠으로써 초월적인 용서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들은 가족이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이들에게는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용서라는 두 글자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너무 거대해 보이고, 숭고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슬픔을 가진 채, 그런 용서를 행하는 그녀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왜 행복은 멀어만 지는가
이제야 겨우 새 삶을 살고자 하는 희망이 생긴 태식이건만, 현실은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자신을 유일하게 거두어 주었던 어머니는 허무하게 나쁜 사람들에 의해 세상을 등졌고, 남은 것은 자신과 여동생 희주(허이재)뿐이다. 하지만 희주 또한 그들이 저지른 나쁜 짓으로 많이 다친 상태다. 태식은 그렇게 죽도록 후회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맹세들을 깨트리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희망은 저들이 빼앗아 갔으니까. 더 이상 그에게 삶의 의미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간 그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왜 행복은 비로소 큰 시련과 깨우침 뒤에 간신히 꿈꿔 보게 되었을 때, 잔인하게 다가오는 듯하다가 아예 보이지 않는 저 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그래서 인간의 삶이란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프다. 아예 희망이라는 것을 몰랐었으면 차라리 더 좋았었을 텐데. 그래서 닫힌 사진관 앞에 서서 쇼윈도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눈물짓는 태식의 모습이 더 안쓰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 영화 <해바라기>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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