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해볼 작품은 바로 <박쥐>이다.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2009년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박찬욱의 영화들이 모두 그렇듯, 욕망과 죄, 그리고 구원이라는 아이러니적 고리들에 대한 질문들을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뱀파이어가 된 인간이 하필이면 신부일 때, 그는 '피'라고 지칭되는 욕망의 대상과 최종적 목적인 구원을 향한 믿음 사이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될까. 그리고 그는 그 일련의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떠한 죄들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까. 이 영화는 대놓고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을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감독: 박찬욱
욕망은 중독과도 같다
신부인 현상현(송강호)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실험에 지원했다가 오히려 그 바이러스에 전염돼 죽고 만다. 그러나 그는 어떤 피를 수혈받고,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살아났을 땐 뱀파이어가 되어 있었다. 뱀파이어를 떠올릴 때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피를 먹어야지만 살 수 있다는 것과, 빛을 보면 죽는다는 것일 테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이론(?)을 너무나도 교과서적으로 그대로 적용시킨다. 상현은 그때부터 인간의 피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인간의 피를 갈구해야만 하는 굴레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신부라는 직업적인 위치가 그로 하여금 그 욕망의 실행을 망설이게 한다. 구원과 욕망 사이에 그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답은 당연하게도 후자 쪽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는 살인을 하지 않고 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환자들에게서 몰래 피를 빨아먹는다. 인간의 욕망은 중독과도 같은 것이어서, 한번 피맛을 본 상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은 양의 피를 갈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욕망 앞에서 이제 동안 그가 쌓아왔던 신부로서의 믿음은 한순간에, 그것도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인간은 이처럼,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수식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욕망은 죄를 부른다
그런 상현 앞에 어렸을 적 친구였던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가 나타나게 되면서, 상현의 욕망의 리스크는 더더욱 커지게 된다.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질릴대로 질려버린 태주는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자, 그에게 그 둘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다 결국 상현은 태주까지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리게 되고, 두 사람은 강우를 저수지로 데리고 가 죽이고 만다. 죽어도 살인만은 저지르지 않고자 했던 상현은 종국엔 그 맹세까지, 사랑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져버리고 만 것이다. 상현과 태주의 사랑은 부적절한 관계이며, 이 부적절하다고 인식되는 사회적 프레임이 그들의 그다음 욕망들에도 결국엔 죄라는 명목을 갖다 붙이게 된다. 상현은 마침내 자신들이 저지른 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태주와 햇빛 아래서 타 죽는 것을 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죄책감이라는 것 또한 인간이 아직까진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을 버리지 않았을 때에야만 가능한 것이므로, 인간의 구원은 어쩌면 죄책감을 갖는 것에서부터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상현은 구원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죽는 그 순간에 만큼은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있었던 힘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지 않았을까. 그도 결국 뱀파이어라는 괴물이기 전에 인간이었던 것이다. 이상 <박쥐>에 대한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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